달랩

오늘 나는 무엇을 배웠나?

초기 스타트업을 위한 컨설팅 업체인 thoughtbot이란 곳이 있습니다. Ruby on Rails가 유행하던 시절에 여러 기술을 공유해서 유명한 곳이죠. Active Storage가 나오기 전까지 paperclip은 엄청난 인기를 누렸고, 테스트 중독자에게 factory_bot은 여전히 인기 있습니다. Bourbon은 제가 애용했던 Sass 라이브러리죠.

이 회사의 초기 동력 중 하나가 바로 TIL입니다. TIL은 “Today I Learned”의 약자로 오늘 배운 걸 기록한 거죠.

https://github.com/thoughtbot/til

We constantly learn new things.

이 말은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1. 우리는 (남들과 다르게) 새로운 걸 배운다고 선언하는 것일 수 있고,

  2. (당신까지 포함해서) 우리는 모두 새로운 걸 배우고 있다는 의미일 수 있습니다.

개발자들 사이에서 TIL이 유행하게 된 건 후자에 공감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것을 배웁니다. 하지만 우리가 매일 꿈을 꾸지만 기억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금방 잊어버리죠. 그래서 매일 무엇을 배웠는지 기록하는 겁니다. 기록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기록하기 위해서 오늘 배운 걸 돌아본다는 게 중요하죠.

Diary

배운 것을 어떻게 포착해야 할까요? 지식 자체에 집중하려고 하면 배운 게 아니라 공부한 걸 정리할 가능성이 크고, 이건 단순 노트 정리에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유용함보다는 보기 좋은 모양을 만드는 데 집중할 위험이 있죠.

저는 여기에 Three Fs를 활용하는 걸 권하고 싶습니다.

  1. Facts (사실, 객관)
  2. Feelings (느낌, 주관)
  3. Findings (배운 점)

오늘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하나씩 돌아봅니다. 그리고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어떤 기분이었는지 돌아봅니다. 좋았던 건 다음에 또 반복하고 싶을 겁니다. 어떻게 하면 그럴 수 있을지 생각해 봅니다. 다음에 더 낫게 할 아이디어가 있나요? 이런 게 바로 성공에서 배운 점이죠.

반면에 민망했던 실수는 다음에 피하고 싶을 겁니다. 어떻게 하면 그럴 수 있을지 생각해 봅니다. 혹시 다른 관점으로 보면 세렌디피티가 아닐까요? 이런 게 바로 실패에서 배운 점이죠.

여기서 앞으로의 계획을 긍정적 자기 선언(Affirmation) 형태로 더합니다. “좋은 배움이었다”라고 끝내는 게 아니라 “나는 에러가 날 때마다 화를 내지 않고 ‘이것 참 흥미로운데’라고 말한다”처럼 나를 바꿀 수 있는 말로 정리하는 거죠. 이렇게 하면 매일 쓰는 4행 일기가 됩니다.

여러분은 오늘 무엇을 배우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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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본문에 넣으려다 못 쓴 이야기들:

국내에선 아웃사이더님이 일일 커밋을 소개하고, 진유림님이 일일 커밋에 TIL을 활용한 사례를 공유하면서 TIL이 크게 유행한 것 같습니다. 진유림님의 인터뷰에서도 많은 걸 배울 수 있는데, 이건 다음 기회에 알아보겠습니다.

데잇걸즈 2기3기에서도 GitHub 저장소를 활용해 TIL을 기록하고 있습니다.